핵심 구절
“이르되 나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과 같이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 하니라…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요한복음 1:23, 29)

1. 묵상
“나는 … 아니다” : 자기 증명의 피로에서 벗어나는 길
우리는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를 증명해야 하는 피로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직함이 나를 말해줘야 하고, 소유가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 속 침례 요한은 세간의 엄청난 관심과 질문 앞에 아주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엘리야도 아니다, 그 선지자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이 아닌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자기가 ‘누구인지’를 발견했습니다. 요한은 주인공이 되려는 유혹을 거절하고 기꺼이 조연의 자리로 내려갔습니다. 개혁주의 영성은 ‘나의 작아짐’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그리스도가 드러나심’을 기뻐하는 영성입니다. 내가 나를 증명하려는 수고를 그칠 때, 비로소 우리 안에서 그리스도의 영광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나는 소리입니다” : 사라짐으로 완성되는 사명
자신의 정체를 묻는 말에 요한은 자신을 ‘소리’라고 정의합니다(23절). ‘말씀(Logos)’이신 예수님과 대조되는 표현입니다. 말씀은 영원한 실체이지만, 소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면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집니다. 요한은 자신이 목적이 아니라 통로임을 알았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내는 성과나 목소리는 결국 사라질 소리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소리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복음을 담고 있다면, 그 소리는 누군가의 굽은 마음을 펴고 왕이신 주님의 길을 예비하는 가장 영광스러운 도구가 됩니다. 내 이름이 기억되지 않아도 나를 통해 누군가에게 주님의 말씀이 들렸다면, 소리로서의 사명은 완수된 것입니다.

“보라!” : 시선의 전환
요한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가로채지 않고 단호하게 한 곳으로 몰아갑니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29절).
신앙은 나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옮겨 ‘하나님이 준비하신 어린 양’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내 연약함, 내 죄책감, 내 부족함에 매몰되어 한숨 짓던 우리가 고개를 들어 나를 위해 단번에, 그리고 영원히 죄를 지고 가신 예수님을 보는 것이 복음의 시작입니다. 성령이 비둘기 같이 그분 위에 머무셨듯(32절), 오늘 그 어린 양을 바라보는 우리 심령 위에도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의 평강이 머물게 될 것입니다.

2. 삶의 적용
1) 나를 내려놓는 연습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나를 과시하고 싶거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올라올 때 “나는 소리일 뿐입니다”라고 속으로 고백해 봅시다. 내가 작아질 때 내 안의 주님은 더 선명히 드러나십니다.

2) 시선 고정하기
풀리지 않는 문제나 나의 허물 때문에 마음이 무거울 때, “보라!” 하시는 요한의 외침을 기억하십시오. 내 문제를 지고 가시는 ‘하나님의 어린 양’께 시선을 고정하는 1분의 기도를 드려봅시다.

오늘의 기도
은혜로우신 하나님, 오늘도 세상은 우리에게 “네가 누구냐”고 물으며 세상의 가치로 자신을 증명하라 유혹합니다. 침례 요한처럼 “나는 아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주옵소서. 내가 작아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고, 나라는 가림막이 걷혀진 그 자리에 오직 하나님의 어린 양만이 드러나게 하옵소서.
나의 죄와 고통을 대신 지고 가시는 하나님의 어린 양 예수를 바라봅니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생의 무게를 주님 발 앞에 내려놓으니, 성령의 비둘기 같은 평강이 오늘 제 삶의 현장에 머물게 하옵소서. 우리를 자유케 하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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