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구절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래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예수께서 이르시되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
(요한복음 5:6, 8–9)

1. 묵상
“나를 넣어 줄 사람이 없나이다” : 자비 없는 ‘자비의 집’
사건의 무대인 ‘베데스다’는 아람어로 ‘자비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곳의 실상은 전혀 자비롭지 않았습니다. “물이 움직일 때 가장 먼저 들어가는 사람만 낫는다”는 전설은, 결국 힘 있고 빠른 자만 살아남는 비정한 경쟁의 논리였기 때문입니다.
38년이라는 세월 동안 병자는 그 연못가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의 대답 속에는 깊은 체념과 원망이 묻어납니다. “나를 못에 넣어 줄 사람이 없어…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그는 자비의 집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사람 탓’과 ‘환경 탓’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혹시 나를 도와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며, 나만의 ‘베데스다 연못’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네가 낫고자 하느냐?” : 마비된 의지를 깨우시는 질문
예수님은 수많은 병자 중 가장 절망적인 38년 된 병자를 ‘보시고’ 다가가셨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이 질문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고통으로 인해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치유에 대한 갈망조차 잃어버린 그의 마비된 의지를 흔들어 깨우시는 ‘사랑의 노크’입니다.
우리는 가끔 고난 속에 너무 오래 머물다 보면, 그 고난을 당연하게 여기며 주저앉아 버립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물으십니다. “너는 정말 이 죄의 습관에서, 이 원망의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원하느냐?” 주님은 우리가 환경이라는 핑계 뒤에 숨지 않고, 주님 앞에서 정직한 갈망을 회복하기를 원하십니다.

“일어나 걸어가라” : 물이 아닌 말씀이 답입니다
병자는 여전히 ‘물이 움직이는 타이밍’과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었지만, 예수님은 그의 시선을 연못이 아닌 ‘말씀’으로 돌리게 하십니다.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이 말씀이 떨어지는 순간, 38년의 고통은 단번에 끝났습니다. 물이 움직이기를 기다릴 필요도, 나를 넣어줄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그의 삶에 닿는 순간, 회복과 재창조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38년 동안 병에 짓눌려 있던 그는 말씀대로 일어나, 고통과 수치의 상징이었던 자리를 들고 걸어갔습니다. 그 자리는 이제 더 이상 그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찾아오셨다는 살아있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나를 가장 오래 무너뜨리던 것이, 주님 안에서 가장 강력한 간증이 됩니다.
예수님은 이후 그를 만나 “보라 네가 나았으니…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은혜는 종착지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향해 발을 내딛는 출발점입니다.

2. 삶의 적용
1) 내 인생의 ‘베데스다’에서 시선 돌리기
“이것만 해결되면, 저 사람만 도와주면 살 것 같다”고 믿으며 매달려온 나만의 연못은 무엇입니까? 환경과 조건을 바라보던 눈을 들어, 지금 내 곁에 찾아와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해결책은 연못 속에 있지 않고 주님의 말씀에 있습니다.

2) ‘자리를 들고 일어나는’ 성화의 걸음 떼기
주님은 병자를 고치신 후 성전에서 다시 만나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엄히 경고하셨습니다. 은혜로 일어났다면, 이제는 과거의 누워 있던 습관으로 돌아가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내가 단호하게 끊어내고 ‘자리를 들고’ 떠나야 할 죄의 자리는 어디인지 돌아보고 실천합시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아버지, ‘자비의 집’이라 불리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소외와 갈증을 느끼던 저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원망의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저에게 먼저 찾아와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는 환경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인생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에 즉각 순종하여 일어나는 인생이 되게 하옵소서. 오랫동안 저를 짓눌러 온 고통의 자리를 이제는 제가 들고 걸어가게 하시고, 그 자리가 주님의 은혜를 증거하는 가장 아름다운 간증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 인생의 참된 자비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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