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구절
“하갈이 자기에게 이르신 여호와의 이름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을 뵈었는고 함이라” (창세기 16:13)

1. 묵상
기다림이라는 고통스러운 훈련
신앙생활을 하며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마도 하나님의 침묵이 길어질 때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아브람과 사래에게도 약속은 있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성취는 없었습니다. 85세와 75세, 희망이 사라져 가는 생물학적 시간 앞에서 그들은 초조해졌습니다.
현대인인 우리에게도 이런 조급함은 낯설지 않습니다. 기도는 하는데 상황은 변하지 않고, 남들은 앞서가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은 불안감. 이 ‘불확실한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종종 믿음 대신 ‘내 힘’을 선택하곤 합니다.

내가 만든 최선이 낳은 비극
사래는 당시의 관습에 따라 여종 하갈을 통해 대를 잇고자 했습니다. 이것은 당시 사회법으로는 합법적이고 지혜로운 ‘플랜 B’였습니다. 사래는 하나님의 침묵을 거절로 해석했습니다. 하나님의 지연을 불가능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옳은 방법’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방법’보다 우위에 두었습니다.
그렇게 인간적인 방법으로 성취를 앞당기려 했을 때, 그 결과는 행복이 아니라 비극었습니다. 사래는 멸시받았고, 하갈은 교만해졌으며, 아브람은 무책임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섭리보다 내 계획을 앞세울 때, 겉으로는 문제가 해결되는 듯보여도 결국 관계의 깨어짐과 갈등이라는 쓴 열매를 맺게 됩니다.

광야로 도망친 자를 찾아오시는 시선
갈등을 견디다 못한 하갈은 결국 광야로 도망칩니다. 임신한 몸으로 길바닥에 주저앉은 여인, 주인에게 버림받고 갈 곳 잃은 그 절망의 자리에 놀랍게도 하나님이 찾아오십니다.
하나님은 그녀를 꾸짖지 않으시고 물으십니다.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8절) 이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현실과 미래를 직시하도록 돕는 사랑의 질문이었습니다. 하갈은 어디서 왔는지는 대답했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도망은 대안 없는 회피였던 것입니다.
그때 하나님은 인간적으로 가장 가혹해 보이는 명령을 내리십니다. “돌아가서 네 여주인의 손 아래에 복종하라.” 그러나 이것은 굴종을 요구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광야에서 죽을 그녀와 태어날 아이를 보호하시고, 아브라함의 집 안에서 하나님의 돌보심을 받게 하려는 역설적인 은혜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마엘(하나님이 들으셨다)에게도 큰 민족이 되게 하시겠다는 약속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엘 로이,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
하갈은 그곳에서 하나님께 ‘엘 로이’라는 이름을 붙여드립니다. “나를 살피시는(보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입니다. 아무도 내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고, 세상 모두가 나를 외면한다고 느꼈던 그 순간, 하나님만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하갈에게 “돌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현실의 고통이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보고 계신다는 확신을 얻었기에 그녀는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혹시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 때문에 낙심하여 광야 한가운데 앉아 계십니까? 혹은 내 인간적인 실수로 엉켜버린 상황 때문에 도망치고 싶으십니까? 기억하십시오. 우리의 실수와 실패가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람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입니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것 같은 그 외로운 자리에도, ‘엘 로이’의 하나님은 여전히 당신을 주목하고 계십니다.

2. 삶의 적용
1) 나의 ‘하갈’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해 내가 만들어낸 인간적인 대안(플랜 B)이나 억지로 추진하고 있는 일은 없습니까? 조급함을 내려놓고 잠시 멈추어 하나님의 뜻을 묻는 시간을 가집시다.

2) 시선 의식하기
사람들의 평가나 인정에 목말라하기보다, 지금도 나를 따뜻하게 지켜보시는 하나님의 시선(엘 로이)을 의식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봅시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하나님이 다 보고 계신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의 기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 아버지, 저의 조급함이 하나님의 시간을 앞지르려 할 때가 많았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지 못해 내 지혜와 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어리석음을 고백합니다. 인간적인 생각과 열심이 오히려 갈등을 만들었음을 깨닫습니다.
주님, 때로는 인생이 너무 고달파 하갈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광야의 샘 곁으로 찾아오셔서 “내가 너를 보고 있다” 말씀해 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옵소서.
나의 실수조차 품으시고 선으로 바꾸시는 ‘엘 로이’ 하나님을 의지하며, 다시 내게 주어진 삶의 자리로 돌아가 성실히 살아낼 용기를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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