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구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라 네 아들이 살아 있다 하시니 그 사람이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믿고 가더니… 그의 아버지가 예수께서 네 아들이 살아 있다 말씀하신 그 때인 줄 알고 자기와 그 온 집안이 다 믿으니라” (요한복음 4:50, 53)

1. 묵상
“내려오소서” : 내가 설계한 시나리오 속의 하나님
왕의 신하는 헤롯 왕의 궁정에서 일하는 권력자였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들이 죽어가는 앞에서 그 모든 지위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는 가버나움에서 가나까지 30킬로미터가 넘는 산길을 달려와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절박함이 그를 주님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첫 번째 간청 속에는 조건이 숨어 있었습니다. “내려오소서.” 직접 오셔야 한다는 것,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얼마나 자주 이런 기도를 드리는지 모릅니다. “주님, 이렇게 해 주시면 믿겠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더 헌신하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오랫동안 하나님께 내 시나리오를 제출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신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통제권을 쥔 거래에 가깝습니다.

“너희는 표적을 보지 못하면” : 미숙한 신앙을 향한 거룩한 책망
예수님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너희는 표적과 기사를 보지 못하면 도무지 믿지 아니하리라.” 죽어가는 아들을 둔 아버지에게 건네기에는 너무 가혹해 보이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냉담한 거절이 아니라, 더 깊은 신앙으로 이끌기 위한 ‘거룩한 책망’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가 원하는 ‘해결’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다루고 계셨습니다. 바로 신앙의 본질, 즉 말씀하시는 분의 인격과 권위를 신뢰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한 책망이 들립니다. 신비로운 체험, 눈에 보이는 응답, 삶이 풀리는 느낌, 그것이 있어야만 작동하는 신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앙입니다.

“그 말씀을 믿고 가더니” : 보기 전에 발을 떼는 믿음
예수님은 함께 걸음을 옮기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오직 한 마디 말씀만 주셨습니다. “가라. 네 아들이 살아 있다.” 그리고 성경은 담담하게 기록합니다. “그 사람이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믿고 가더니.” 아직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30킬로미터 산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말씀 하나만 붙들고 발걸음을 뗐습니다.
이것이 요한복음이 보여주고자 하는 신앙의 정점입니다.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듣고 순종하는 것. 증거가 눈앞에 있어서가 아니라, 말씀하신 분이 신실하시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 그것이 성숙한 믿음입니다.
신하는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종들을 만났고, 아들이 나은 시각이 바로 예수님이 “살아 있다”고 말씀하신 그 순간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 정확한 일치.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30킬로미터의 거리를 초월하여 이미 역사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신하 한 사람의 고난이 그를 주님 앞으로 이끌었고, 그의 순종이 말씀의 체험을 낳았으며, 그 체험이 온 집안의 구원으로 이어졌습니다.

2. 삶의 적용
1) 나의 ‘내려오소서’를 내려놓기
지금 내가 하나님께 드리고 있는 기도 중에, 사실은 내가 정해 둔 방법과 시간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습니까? “이렇게 해 주셔야 합니다, 이때까지 되어야 합니다”라는 조건부 믿음을 주님 앞에 내려놓고, “주님의 방식대로, 주님의 때에”라고 고백하는 기도로 바꾸어 봅시다.

2) 말씀을 듣고 발을 떼기
오늘 말씀 앞에 조용히 앉아, 내 삶의 가장 절박한 자리를 가져오십시오. 그리고 주님의 말씀을 찾아 붙드십시오. 환경이 바뀌기 전에, 응답이 눈에 보이기 전에, 그 말씀 위에 발을 얹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믿음의 훈련입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저는 죽어가는 아들을 안은 아버지처럼, 제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절박한 현실을 품고 주님 앞에 나옵니다. 제 신앙이 아직도 “보여 주시면 믿겠습니다”라는 조건 위에 서 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께서 제 얕은 믿음을 책망하실 때, 낙심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는 은혜를 주옵소서.
주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역사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임을 믿습니다. 이제 제 고집을 내려놓고 주님의 말씀을 등불 삼아 인생의 길을 걷게 하옵소서. 오늘 제 삶의 자리에서도 말씀이 실제가 되는 ‘제칠시의 은혜’를 보게 하시고, 저의 고난이 온 집안을 살리는 축복의 통로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를 말씀으로 살리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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