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구절
“형제들아 너희는 각각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하나님과 함께 거하라” (고전 7:24)
1. 묵상 “처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당시 고린도 교회 안에는 정말 거룩하게 살려면 결혼과 부부의 삶을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금욕적인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의 밑바닥에는 이런 믿음이 깔려 있었습니다. 지금 내 모습으로는 부족하고, 더 거룩해지려면 처지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혼한 사람은 결혼 생활 때문에, 홀로 있는 사람은 홀로 있음 때문에, 종은 낮은 신분 때문에 하나님께 온전히 나아가기 어렵다고 느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울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그는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합니다. “하나님이 각 사람을 부르신 그대로 행하라”(17절). “부르심을 받은 그 부르심 그대로 지내라”(20절). 결혼이 더 영적인 것도, 독신이 더 거룩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의 처지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데 장애물이 아니었습니다.
“부르심이 먼저 바꾸는 것”
복음은 우리의 처지를 바꾸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누구에게 속했는지를 바꾸는 데서 시작합니다. “주 안에서 부르심을 받은 자는 종이라도 주께 속한 자유인이요 또 그와 같이 자유인으로 있을 때에 부르심을 받은 자는 그리스도의 종이니라”(22절). 종은 그대로 종인데 주께 속한 자유인이 되었고, 자유인은 그대로 자유인인데 그리스도의 종이 되었습니다. 겉으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여도 가장 깊은 곳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이것은 아무 변화도 바라지 말라는 체념이 아닙니다. 바울은 자유롭게 될 수 있거든 그렇게 하라고도 말합니다(21절). 다만 처지가 바뀌어야 믿음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좋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찾아 부르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하나님과 함께”라는 한 마디
바울은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라는 말을 이 본문에서 세 번 반복했습니다(17, 20, 24절). 그런데 마지막 24절에만 한 마디가 더해져 있습니다.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하나님과 함께 거하라.” 그냥 머물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함께 머물라는 말입니다. 자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계신 분입니다. 이사를 앞둔 집에도, 익숙하지 않은 생활의 자리에도, 오늘도 반복되는 직장과 부엌에도 하나님은 함께 계십니다. 믿음의 삶은 처지가 나아진 다음에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부르신 오늘 이 자리가, 그분과 동행하는 자리입니다.
2. 삶의 적용 1) 오늘의 자리에서 시작하십시오.
우리는 자주 “이 상황만 지나가면, 이 문제가 해결되면, 이 자리에서 벗어나면 더 잘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중의 더 좋은 자리에서가 아니라, 오늘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나를 부르셨습니다. 체념하며 머무르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하는 믿음을 미루지 말라는 뜻입니다. 오늘 아침 이렇게 고백해 보십시오. “주님, 이 가정과 일터와 관계 속에서도 주님이 저와 함께 계심을 믿습니다.”
2) 비교보다 동행을 보십시오.
다른 사람의 형편이 더 좋아 보이고, 내 자리는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 비교의 마음을 따라가면 지금 함께 계신 하나님을 놓치게 됩니다. 잠시 멈추어 말씀을 붙드십시오. “하나님, 제가 원하는 자리가 아니라 주님이 저를 부르신 이 자리에서 주님과 함께 거하게 하옵소서.”
오늘의 기도
하나님 아버지, 제 삶의 자리를 자주 부족하게 여기고 다른 곳을 바라보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지금 이 자리에서 저를 부르셨고, 이 자리에서 저와 함께하시는 분이심을 믿습니다. 오늘 비교와 불평에 머물지 않고, 주님이 함께하시는 자리에서 믿음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